2008-02-20 12:51:34 ［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

치매 예방 검진 사업 예산, 정부 4억원 불과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 유독 암환자가 많듯 같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국가마다 국민의 특성상 질환의 양상이 달리 나타내지고는 한다. 이는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두려워하는 질환인 ‘치매’도 마찬가지.

이에 따라 막연한 불안감으로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을 모조건 믿고 따른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인의 특성상 유독 혈관과 관련된 치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혈관관련 질환의 치료로 치매를 예방하기보다 식품이나 다른 방법으로만 방법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치매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정작 이 수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매 예방 관련 예산은 턱없이 적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한국인 치매 예방, 혈관을 주목하라

치매는 뇌신경 세포의 손상으로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등을 비롯한 뇌의 다양한 기능에 손실과 퇴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종류도 다양해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등이 있다. 이 중 해외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앓게 되는 치매는 바로 혈관성 치매. 물론 그 수만을 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가장 많지만, 해외의 경우 혈관성 치매가 전체 치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안팎임에 비해 우리나라의 혈관성 치매는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혈관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도 가지고 있다. 혈관성 치매가 뇌혈관질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에는 혈관성질환이 크게 증가해 그 치매와 관련해서도 더욱 많은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지출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뇌혈관 등 혈관질환과 관련된 총진료비가 2002년 1조1200만원에서 4년 후인 2006년에는 2조900만원 규모로 급증해 단기간에 무려 2배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치매학회 이은아 홍보이사는 “고혈압 등으로 인해 혈압이 막히면 결국 뇌기능도 떨어진다”며 “우리나라는 혈관성 질환자가 많아 혈관성 치매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알츠하이머와 혈관성치매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이 많다는 것도 우리나라 치매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 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부터 관리해라

치매에 대한 우려로 다양한 치매 예방법도 홍보되고 있다. 문제는 큰 효과가 없는 방법들이 마치 확실한 예방법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근래 들어 치매의 대표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는 고스톱의 경우도 마찬가지. 고스톱은 단순 작업이 아닌 계획을 세워야 하고 집중력이 필요하며 계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기억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부분에 국한된 두뇌만을 쓰게 되고 공간지각, 어휘력 등은 고스톱을 통해 발전이 되지 않는다. 치매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음식들도 대부분의 경우 대단위로 연구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치매예방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도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인 혈압, 당뇨, 고지혈증, 뇌경색 등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금연과 적당한 음주가 우선돼야 한다.

또한 많이 알려진 고스톱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레크레이션 활동 등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걷기, 골프, 테니스, 수영 등의 운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퍼즐 맞추기나 낱말 잇기 등의 뇌활동도 실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즐거운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확실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지고 있다.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면 호르몬 분비나 교감과 부교감 신경계 자극을 통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즐거운 기억은 뇌에 강하게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어 즐거운 추억의 주변 이야기까지 회상하면서 더 많은 뇌의 부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트레스는 마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적 반응을 유발해 뇌 활동을 둔화시키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신홍범 정신의학박사는 “은행잎 추출물(Ginkgo bibloba)은 뇌 혈액 순환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치매예방 및 기억력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80 mg의 은행잎 추출물 혹은 위약을 3개월간 투여한 후 인지기능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은행잎 추출물을 투여 받은 환자는 정신병리현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정신운동수행능력, 인지기능 등에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고 조언한다.

한편 치매 예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치매에 대한 국가지원은 이미 발생한 치매환자들 관리에 치중되면서 그 예산이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가의 치매예방사업은 전국 85개 보건소에서 하는 치매 조기검진 사업으로 대표된다. 이 사업은 보건소에서 치매선별검진도구로 1차 검사를 한 후 치매 위험이 있다면 보건소와 연계된 거점병원에서 CT촬영 등의 정밀검진을 받게 되는 것으로 무료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예산은 국가 지원 4억원에 지방자치단체 지원 4억원으로 총 8억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요양보험 예산 확장으로 치매 조기검진 사업의 예산이 지난해와 같이 동결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치매 예방을 위해 복지부는 오는 9월 치매 예방의 날을 맞아 홍보할 예산 5천만원, 치매 전문인력 보수 교육을 위한 금액 3억원, 치매 유병률 조사를 위한 예산 4억원을 책정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관계자들은 “당장 치매 환자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인인구의 증가를 고려할 때 예방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예방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