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8.02.21 18:44:28

암, 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성 질환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을 비롯해 이들 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알맞은 치료제 및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분자영상 진단 핵심 원천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대윤 인하대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벤처기업인 퓨쳐켐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문대혁ㆍ오승준 교수팀은 지난 5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양성자 용매를 이용, 다양한 PET 분자영상 진단용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연구팀은 최근 독일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바이엘쉐링파마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임상 적용 및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및 제조기술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문대혁 교수는 "이번 개발로 국내 기술이 세계 PET용 분자영상의약품의 임상시험 표준 제조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치매 분자영상 진단시약이 개발되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분자영상기술은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분자, 유전자 수준의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대 첨단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다.

특히 분자영상기술은 종양의 세포증식 정도, 산소분압, 수용체 등 종양세포 내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 치매나 파킨슨병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영상화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치매, 파킨슨병, 암 등 난치병의 분자영상진단 의약품은 상용화하기 어려워 임상시험을 통한 효능 입증이나 일선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기술은 기존 유기화학 교과서 개념을 뒤집는 것으로 이전에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양성자 용매 아래에서 친핵성 치환반응을 진행시켜 기존 제조기술 대비 5~50배 향상된 수율로 PET 검사용 방사성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지대윤 교수는 "이번 양성자 용매를 이용한 PET 검사용 분자영상 의약품 제조기술은 많은 종류의 진단 의약품 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원천 기술"이라며 "실용화되지 않았거나 새로 개발하는 진단 의약품에 모두 적용해 앞으로 분자영상을 통한 진단법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