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3개월 전인 5월 11일, 실버시장과 관련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도래에 따른 경제 환경 변화와 기업대응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약 27조원 규모인 고령자 관련 시장이 2020년에는 7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5%에 이른다. 한국보다 고령화 추세가 급속하게 빠른 일본의 노인인구 비율은 어떨까. 일본 총무성은 6월 29일 ‘2015년 국세조사(한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6.7%로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총 1억명 인구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노인인 셈이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노인 인구 비율이 25%를 넘는 사회)로 접어들면서, 관련 산업이 유망 직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행의 흐름을 미루어보면, 최소 5~6년 뒤 한국에도 유사업종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나온 ‘시니어 시프트’라는 말을 처음 만든 곳은 일본의 최대유통 업체 이온(AEON)이다. 이 회사는 2011년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의 주타깃을 부유한 50~60대 이상 시니어로 전환한 것이다.  

이 회사는 3년 뒤인 2014년에는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줄여서 ‘GG’라고 부른다. 그랜드 제너레이션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맞은 세대라는 뜻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제2의 인생을 즐기는 고령자를 의미한다. 

이온은 ‘GG감사데이’ 같은 할인행사를 통해 고령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시력이 좋지 않은 고령자를 배려해 가격 글씨나 상품 설명 크기도 확대하는 ‘작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실버시장과 관련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행어 중의 하나는 ‘슈카츠(終活)’다.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활동을 말한다. 이중 유품 정리, 청소 대행을 해주는 사업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전문회사 ‘키퍼즈’다. 이 회사의 대표 요시다 타이치(吉田 太一·53)는 ‘유품은 쓰레기가 아니다’(遺品はゴミではない)라는 발상으로 2002년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천국으로의 이사 도우미’. 일본 전역에 8개 지사를 둔 이 회사는 연간 1500건의 유품정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금은 방의 넓이와 투입되는 직원의 수에 따라 다르다. 평균 6만엔(2명)~30만엔(6명)선이다.

유골을 택배로 배달하는 ‘송골’(送骨) 서비스도 성업중이다. 유골을 우편 상자에 넣어 납골 시설을 갖춘 사찰 등에 보내면 처리해 주는 사업이다. 

이와관련, 2015년 7월 14일 시사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는 “유골을 택배로 사찰 등에 보내주는 송골 서비스를 의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장례와 묘가 필요 없어서 ‘제로 장례’(ゼロ葬)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있는 조동종(曹洞宗)계열의 한 사찰에는 한달에 3회 정도 유골 택배가 이뤄진다. 죽은 사람의 종교, 종파, 국적을 따지지 않고, 일본 전역 어디에서 보내든 상관없다고 한다. 

요금은 선불이며 3만엔 정도다. 슈칸겐다이는 “유골 상자를 받으면 상자 그대로 사찰 본당 제단에 안치하고 공양을 한다”며 “이후 납골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택시업계는 공급과잉으로 경쟁체제가 치열하다고 한다. 이 틈새를 이용한 택시업계도 주목받고 있다. 

도쿄TV는 “이런 택시업계에 ‘사람을 도와주는 새로운 서비스(人を手助けする新サ-ビス)가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이 예를 든 회사는 Ｋｍ홀딩스 그룹의 안젠(ＡＮＺＥＮ) 택시다. 이 택시는 일종의 ‘개호 택시’다. 개호(介護)는 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을 말한다. 

안젠 택시는 일반 택시를 비롯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전용차, 통원용인 침대차,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점보차 등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운전사는 운전 뿐만 아니라 쇼핑 대행, 묘소 참배 동행, 아이 등하교 시키기, 약 배달 등의 서비스 등을 한다. 

도쿄TV는 “예를 들면, 세타가야구에 사는 한 고령의 여성은 다리와 허리가 약해서 묘소 참배를 전혀 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그녀는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비용은 택시 요금을 포함해 4550엔이다. 

안젠 택시의 경우, 장애인과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70세 노인은 1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밤 10시~아침 5시에 이용할 때는 20% 요금을 깍아준다. 

TV도쿄는 또 시가현의 슈퍼마켓 체인 ‘헤이와도’(平和堂)의 서비스도 소개했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집을 찾아가는 ‘용무 청취’(御用聞き) 지원 서비스다. 

헤이와도는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 130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업계 8위의 중견업체다. 헤이와도가 실버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시가현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역시 단순 상품 배달에 그치지 않는다. 배달원이 고령자의 집에 상품을 배달하기 위해 갔을 경우 “무슨 곤란한 일은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고령자는 “마당에 풀이 많이 자랐으니 좀 잘라 달라”, “전구를 교체하고 싶다”등의 주문을 하게 된다. 

이 서비스는 시간당 1500엔으로, 헤이와도의 전직 직원들이 맡고 있다. 퇴직 직원들과 회사가 상생하는 셈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카지노 요양시설도 인기다. 2015년 12월 25일 미국CNN은 요코하마시에 있는 한 요양시설을 조명했다. 

이 시설의 이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테마로 한 ‘라스베이거스 스즈키’. 지역 은퇴자를 포함한 고령자들이 마작과 바카라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양시설이다. 노인시설에서 오가는 돈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1년 새 노인을 위한 유사 카지노 시설이 60여 곳이나 생겨났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 스즈키’를 포함해 9개의 비슷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카오루 모리씨는 “우리는 이 카지노 시설이 고령자들의 뇌를 활성화 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CNN은 도쿄 쇼와 대학 연구진의 발표를 인용 “카지노 게임이 뇌의 전두엽(前頭葉)과 두정엽(頭頂葉)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한 고령자는 CNN에 “나는 수십년간 혼자 지냈다. 한마디도 안 하고 보내는 날도 많았다. 그럴때면 우울함을 느낀다”며 “하지만 여기서는 카지노 게임을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문자는 “나는 마작을 하기 위해 뇌와 손가락을 사용한다”며 “이런 활동이 나를 자극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치매 완화 요양시설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 의료기구를 만드는 업종도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유 로봇이다. 치유 로봇의 원조는 아기 바다표범 모양을 한 ‘파로’(パロ)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가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 최초의 ‘치유 로봇’으로 2002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길이 55cm, 무게 2.5kg의 파로는 온몸이 하얀 털로 덮여있는데, 사람이 만지면 머리, 앞발, 뒷발, 눈꺼풀 등이 센서에 의해 반응한다. 특히 파로를 통해 고령자들은 과거 자신이 아이를 키우던 기억을 떠올리며 뇌를 자극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치매, 우울증 등 심리치료에 도운이 된다는 것. 

 

고령자를 겨냥한 편의점 서비스도 다양해 지고 있다. 일본 매체 재팬비즈니스프레스에 따르면, 일본의 편의점업계는 로손,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 5개사가 지배하고 있으며, 2015년 3월 기준 일본의 편의점은 5만2400개에 달한다. 

젊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이용하던 편의점은 이제 ‘노인들의 오아시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찾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경향을 간파한 편의점업체 로손은 2015년 4월 일본에서 최초로 ‘개호 콘비니’(介護コンビニ)를 오픈했다. 다시말해 노인 돌봄 편의점이다. 사이타마현에 문을 연 1호점은 노인들과 관련된 식품, 성인용 기저귀 등 생활용품 판매부터 간단한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식품의 경우 저칼로리, 저염식 위주로 구성돼 있다. 치아가 좋지 않는 노인들을 위해 딱딱한 음식은 갖다 놓지 않는다. 또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 당도를 조절한 상품 코너도 마련했다. 한 걸은 더 나아가, 건강 상담창구와 조제약국이 함께 들어선 편의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로손이 고령자용 편의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세븐일레븐은 2012년부터 자택까지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종전에는 1000엔 이상만 주문이 가능했다. 새로운 서비스인 ‘세븐 밀’(seven meal)은 500엔 이상 상품 배달은 무료다. 

이 서비스는 일반인 뿐만 아니라 고령자, 독신, 식사를 혼자 준비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주고객은 노인들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신문은 “이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66만명에 달한다”며 “이용자의 60%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라고 했다. 

실버푸드 업종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일본의 노령자들과 병원 퇴원자들은 요양식처럼 건강한 식단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퇴원자가 곧바로 자택에서 요양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쉽지 않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갈 경우에는 비용 부담도 크다. 

미에현에 있는 ‘실버푸드서비스’라는 회사는 가족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이렇게 병원 퇴원자들을 고객으로 삼았다. 영양사, 식사 코디네이터가 몸에 맞는 음식을 상담해 주고, 회사는 병원에서 먹던 식단을 그대로 제공한다. 저염식, 당뇨식, 심장(心臟)식, 신장(腎臟)식 등 질병의 종류에 따라 음식을 달리하고, 비용도 각각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