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9 09:40]

[쿠키 사회] 지난 15일 오전 8시쯤 대구시 동구 금강동 금호강변 공터. 유서를 남긴 채 집을 나간 부모를 찾아 전날 밤부터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던 김모씨(45)는 아버지의 불탄 차를 발견하고는 망연자실했다. 불에 탄 차 안에는 칠순을 넘긴 아버지와 어머니가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양손을 꼭 잡은 채 숨져 있었다.

차안에는 시너 냄새가 가득했다.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내(70)를 간호해 왔던 한 노인(75)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노인은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다. 병든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상황은 어려워져만 갔다. 아내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고 탐식(貪食) 증세까지 나타났다. 노인은 하루가 다르게 근력이 세지는 아내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다.

노인은 한때 아내를 병원에 맡겼으나 넉넉지 않은 형편은 이마저도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노인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남긴 유서를 통해 자식의 짐을 덜어주려 했다.

"아들아 너거한테 짐이 되기 싫어 먼저 간다. 너거는 절대 불효자가 아니다."

◇ 실태와 문제점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치매환자가 사회 문제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추정치는 2003년 1만4천555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8천341명으로 26%나 늘었다.(표)

이같은 수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97년 조사·연구를 통해 제시한 치매유병률(8.3%)을 대구지역 65세 이상 노인 수에 대비한 것으로, 실제 노인성 치매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요양·재활할 수 있는 지역의 노인요양병원은 32개소, 병상수 3천940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간병비를 포함해 월평균 100만원이 넘는 병원비 부담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병원을 회피, 노인요양전문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노인성 치매환자 추정치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할 경우 1만6천여명에 이르는 지역의 노인성 치매환자들이 전문병원이 아닌 가정이나 비인가 요양시설 등에서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노인성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노인요양보험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간병비 지원 대상에서 노인요양병원을 제외할 경우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전문의 없이 보호사·간호사만으로 운영되는 요양시설에만 간병비를 지원하는 체제로는 늘어나는 노인성 치매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도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신경과)는 "통상 치매환자는 중풍을 동반하는 합병증을 앓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진식기자 jin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