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빛나던 햇살이 언제부턴가 이렇게도 무거울 줄이야.

아니야! 현실은 밝고 건강만 하는데... 길게 꾸고 있는 꿈은 아닐까?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남편과는 20대 초반에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결혼 생활 이였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나름 인정받는 사회인 이였고,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여 남부럽지 않게 성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의 시작은 13년 전부터 ‘파킨슨’이라는 병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10여년... 나름대로 치료 받으며 잘 지탱해 왔지만, 결국 치매진단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엔 아플 수도 있고,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고 인정하며 마음을 눌러본다.

허나, 내 자신에게 한계를 느낀다. ‘치매’로 인한, 환자와 보호자의 일상을 시시각각 변화에, 마음을 다잡기에 여념이 없다. 암도 아닌, 세월이 흐름에 점점 악화되며 환각, 환청 등과 동시에 치매로까지 진행된 이 병은 나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체념하며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며 발버둥치며 메아리 없는 허공에 되뇌어 보곤 한다.

남편은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이제 팔순이 다 되었으니 몸도 쇠약해지고 아플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보호자의 입장이 된 나로서는 자문자답 해본다. 어쨌든 최선을 다하며 견디어 보자. 그래도 어느 시설에 맡기는 것 보다 가족이니까.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매일의 현실은 그게 아니였다.

밤새 화장실 세면대 물을 틀어 놓는다든가, 대소변을 수시로 실수 하거나, 맨발로 밖으로 나간다든가, 순간 순간 마음을 놀래켜 준다. 아마 종교가 이럴때 마음을 다 잡는데 필요한가보다. ‘하느님..’”

그래도 강남구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여, 등급판정까지 받았다. ‘희망다이어리’ 가족교실을 통해 치매환자 가족들의 치매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약화시키고, 치매라는 병을 차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남편은 데이케어에 다니게 되었고, 나도 자신의 시간이 조금씩 생겨서 치매에 대한 대처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데이케어’에 다닌 지 이틀째 되는 날 오후. 느닷없이 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왠지 마음이 불안하였다. 남편이 119에 실려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 가고 있다며, 빨리 병원으로 오랜다. 아래혈압이 40이하로, 매우 급하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가슴을 부여잡고, 응급실에 도착해 보니, 환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MRI 등 여러 가지 검사가 급하게 실시되고 있었다. 다행히 늦은 밤에 혈압이 정상이 되어 환자가 눈을 떳고 위급한 상황을 넘기며 온 가족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혈압이 40이하로 떨어 질만한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며 혈압측정을 잘 못한 헤프닝인 것 같다고 하였고 이후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서 남편을 더 이상 그 곳에 보내지 못하였다. 다시금 나는 남편과 함께이다. 이 병마와의 싸움이 언제까지 지속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얼음판 위를 걷는 둣한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단지, 한 가지 마음의 위안을 찾자면,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가족모임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본다. ‘우리 슬퍼하지 말고 “친구”처럼 함께 동행하며 견뎌 보자고 마음이라도 노력해 본다. 우리는 이제까지 동행하며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함께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고 싶다.